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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다한글

회계사되고 나니 의사와 결혼한 남친

וה ד ג ב י ט ח ז וה 2018. 3. 25. 00:17


회계사되고 나니 의사와 결혼한 남친



요즘 한 유명연예인의 열애기사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죠. 진실은 본인들만 알겠지만 악플이 장난이 아니더군요. 그 기사들과 밑에 달린 험한 말들을 보다보니 옛일이 생각나서 몇자 적습니다. 


제가 20대 중반쯤에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느라 공립도서관에 다녔었습니다. 거기서 외모가 멋진 한 남자를 알게 됐는데 그 사람은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고있었습니다. 우리는 서로 알게 되었고 사귀게 되었습니다. 물론 그 사람이 먼저 사귀자고 했구요. 그러다가 제가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사람은 계속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. 


우리는 함께 여행도 갔고 비록 말은 안했지만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. 저는 회사가 끝나면 도서관으로 곧장 달려가 그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었고 옷이며 신발이며 수많은 선물을 해주었습니다. 그러다가 20대 후반이 되었고 그 사람은 드디어 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했습니다. 


저는 나이도 있고 집에서도 재촉하고 선 볼 기회도 많았지만 그 사람을 사랑했기에 기다렸습니다. 그런데 드디어 그 사람이 시험에 붙었고 저는 자연스레 결혼을 꿈꾸게 되었습니다. 그런데 그 사람이 이상해졌습니다. 저한테 만나자고 먼저 전화를 안합니다. 그래서 제가 먼저 전화를 하면 바쁘다면서 자기가 전화할테니 끊자고 합니다. 저는 전화를 끊고 하루종일 그 사람 전화를 기다립니다. 그러나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. 그런 일이 수없이 반복되다보니 그 사람 얼굴 보는 것도 힘들어지더군요. 저는 서서히 지쳐갔습니다. 왜 그러느냐고 물어도 대답을 안하고 오히려 제가 이상하다면서 화를 내더군요. 


너무 외롭고 무서웠습니다. 그 사람 친구한테서 나중에 들은 말인데 그 사람은 여자랑 헤어질때 절대 먼저 헤어지자고 안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더군요. 여자쪽에서 너무 힘들어서 헤어지자는 소리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.... 


저는 결국 그를 놓아줄수밖에 없었습니다. 더이상 제가 너무 힘들고 더이상 망가지는 제 자신을 볼수가 없었죠. 그래서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. 내심으로는 잡아주기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그는 아무런 미련없이 이별을 받아들이더군요. 


그리고는 그와 연락이 끊겼습니다. 일부러 그 사람의 지인들과는 연락을 안했습니다. 혹시라도 그 사람 소식을 듣게 되면 흔들릴거 같아서... 


서른이 된 어느 날 우연히 그 사람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. 당연히 그 사람 소식도 들었죠. 몇달전에 결혼을 했다는군요. 상대는 직업이 의사고 중매로 만났답니다. 저는 혹시나 그 사람이 양다리를 거친건지 아니면 저랑 헤어진 후에 선을 본건지 궁금해서 자세히 물어봤습니다. 그랬더니 그 친구가 대답하더군요. 회계사 최종합격자 발표가 난 후 얼마 안있어 선을 본거라구요. 그때서야 알았습니다. 그 사람이 왜 저를 피한건지... 


그때 당시에는 너무나 분하고 억울하고 정말... 집에 와서 밤새 울었습니다. 


지금 제 나이 서른셋. 미혼입니다. 솔직히 그 사람이 제 첫사랑이었고 그 사람 이후로 다른 사람을 만나보긴 했으나 그 사람과의 추억이 자꾸만 떠올라 다른 사람과는 사귈수가 없더군요. 서로 좋아해서 연애한거였고 그 사람을 사랑했기에 제가 줄수 있는 모든걸 주고 싶었습니다.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했던걸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. 


주저리주저리 많이도 늘어놓았네요.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. 그리고 여성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너무 주기만하는 사랑은 이별후에 상처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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